회사생활🎁

소박한 리더가 되고 싶었는데

23년 06월 29일 | 조회수 511
스테르담

이 세상은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상호작용으로 흘러간다. 단만, 물체와 성분에 국한된 말이 아니다. 인간관계에도 적용되며, 특히 직장생활에도 통용된다. 그리고 그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상호작용은 '마찰'에 의해 일어 난다. 마찰 또한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상호작용이다. 손에 잡히는 두 물건이나 존재가 접촉할 때 일어나기도 하지만, 서로 간의 입장 차이로 생기는 충돌이나 알력도 마찰이란 범주에 속한다. 눈에 보이든, 그렇지 않든 마찰은 일어나고 마찰한 두 존재는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리더와 구성원은 종일 마찰한다. 그 마찰로 인해 물리적, 그리고 화학적 상호작용이 일어나는데 대개는 유쾌하지 않은 쪽으로 흘러간다. 직장에선 성과 그리고 어떤 일을 해내는 것은 '당연한 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리더는 그 '당연한 일'에 대해 구성원을 동기부여하기 위해 칭찬도 하고 격려도 해야 한다. 리더 본인은 당연한 취급을 받더라도, 구성원들에게는 그럴 수 없다. 팀을 꾸려가야 하는 게 리더니까 말이다. 반대로, '당연하지 않은 일'은 언제나 일어난다. 매출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고, 이슈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생존 싸움에 사활을 건다. 특히, 생존 싸움은 경쟁사와도 해야 하고 직장 내에서도 일어나며 자기 자신과 마저 아웅다웅하게 된다. 그러니 직장생활이 힘든 것이다. 물론, 그러한 이슈나 경쟁이 있기에 그 일을 해야 하는 '월급쟁이'들은 생겨난 것이고, 그로 인해 먹고살고 성장하고 있으니 마냥 부정적으로 볼 일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리더로서 '당연한 일'에 대해 심히 격려하고, '당연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현명하게 일을 헤쳐나가려 노력해왔다. 성과가 나오면 그 누가 노력해서 이룬 성과인지를 알리고, 이슈가 생기면 가능한 전 구성원이 덜 고생하며 일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수소문했다. 나도 사람이고 완벽할 순 없으니, 고백하건대 아마도 절반 가량만 실천을 한 것 같고 대개는 '닥친 일' 또는 '위에서 내려온 일'을 쳐내느라 헐떡였던 것 같다. 이런 와중에 가장 힘들 땐 구성원과 마찰이 일어날 때다. 그것도 '당연하지 않은 일'로. 뭐라고 해야 하는 상황은 분명히 있고, 잘못된 걸 바로 잡아야 할 때도 있다. 때론 소리쳐야 하고, 또 때론 어르고 달래야 한다. 가장 어려울 때는 개인의 영역을 침범할 때다. 그러지 말아야 하지만, 깨우치지 못하거나 개인의 문제로 조직의 성과에 피해를 주지 못할 땐 어찌해야 하나 정말로 고민이 많다. 개인의 영역에서 윽박지르거나, 무기를 가지고 해코지 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이 순간은 리더에게 가장 큰 고민. 같은 부서 후배에게 업무 요청을 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업무였는데 연신 실수를 했다. 메일에는 내용을 써놓고 유첨에는 빼놓고. 나에게 보고의 과정도 건너뛴 채 곧이 전달된 그 메일은 보고 당일 윗에게 그대로 노출되어 팀을 난감한 상황에 빠뜨렸다. 그 외에도 갖은 실수와 수박 겉핥기 식의 업무 보고서는 얼마나 이 일을 하기 싫어 억지로 했을까를 가늠할 수 있는 증거 그 자체였다. "죄송합니다. 요즘 마음이 좀 심란해서..." 그게 이유였다. 업무에서 발생한 실수와 우리 팀에 돌아온 난처한 상황들을 정리해서 객관적으로 설명을 해준 뒤 받는 문자 한 통. 아마도 그 후배는 슬럼프였는지도 모른다. 애인과 다투어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걸 수도 있고, 집안에 금전 문제가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일. "무슨 일 있어?"란 말은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 차라리,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지만 얼른 마음 추스르고 개인의 역량을 위해서도 업무는 확실히 하라는 전형적인 조언이 도움이 된다. 직장은 '일'을 하기 위해 모인 곳이고, '인정'을 받아 성장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팀원들이 하나 둘 튀어나오면 감정이 요동한다. 소박한 리더가 되길 바랐는데. 누군가의 개인 영역을 침범하고 싶지 않았는데. 모든 사람의 개성을 존중해주고 싶었는데. 하다못해 오래간만에 실시하는 저녁식사에서도 메뉴로 분분한 팀원들을 보면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다.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어찌 민주주의에서 모든 인원들이 100% 만족할 수 있는 답이 나올 수 있겠나. 준비하는 사람을 배려하면 충분히 도출될 수 있는 결론들이, 저마다의 의견의 색깔이 강해져 누구 하나는 식당 한 편에서 쓴웃음을 지으며 밥을 먹게 된다. 그러면서 준비한 사람에 대해 불만을 느끼거나, 리더의 리더십을 운운하는 사람들을 격려하며 간다는 게 그리 쉽지 않다. 리더가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긴 하나. 그러고 보니 세상은 소박하지 않다. 직장도 그러한 곳이 아니다. 내가 봐왔던, 존경했던 소박한 리더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직장을 더 먼저 떠나거나 더 위로 올라가지 못한 이유라 생각한다. 이제는 왜 소리치고, 윽박지르고 일구어낸 성과도 '당연한 일'로 생각하는지 내 위의 리더들을 보며 조금씩 더 이해를 해간다. 소박하고 싶었으나 소박할 수 없는 건 내 노력의 허약함이 아니란 걸 하루하루 깨닫고 있다. 그건 직장에서 가져야 하는 덕목이 아니란 걸. 좀 더 현명해져야겠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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