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달리오라마의 금융인 양병소' 글을 옮겨 적은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달리오라마입니다. 오늘은 스타트업 투자회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투자회수는 Exit, 출구 전략 등으로 명명됩니다. 투자한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되돌려 받는지에 대한 논의입니다.
투자는 진입도 중요하지만, 출구 전략도 중요합니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지만, 항상 Base 시나리오가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주식을 사는 것은 기술이라고 하고 파는 것은 예술이라고 하는 것처럼 어떻게 팔고 나오느냐는 회사 대표자 입장에서도 투자자 입장에서도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금융권에서의 전문성은 리스크를 피하는 게 아니라 control 하는 데 있습니다. 이 말은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최대한 정해진 시나리오 대로 유도해 Base 시나리오에 맞게 투자를 회수한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습니다.
회사 대표자 입장에서도 본인 사업을 평생 할 생각이 아니라면, 어떤 방식으로 Exit할지에 대한 Base 시나리오가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이 질문은 투자자들의 필수 질문이기도 하지만, 대표자 입장에서도 회사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시나리오 설계라고 하겠습니다.
연장선 상에서 최근에 만났던 스타트업 대표와 이야기했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최근 제가 만났던 시리즈 A를 준비하고 있는 대표에게 아래와 같이 질문을 했습니다.
"대표님은 향후에 생각하시는 Exit 전략은 어떻게 되시나요?"
대표는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답변을 합니다.
"당연히 IPO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Exit에도 다른 방안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다른 부분도 열어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답변에서 과거 투자자 앞에서 머뭇거리던 저의 모습이 오버랩 됐습니다. 저 역시 사업을 할 당시에 투자자 앞에서 자신 있게 Exit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특히나 Exit의 방안으로 매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시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표자가 회사를 매각하고 도망갈 궁리를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애컬로프의 레몬 이론(The Market for Lemon)이 있습니다. 중고차 시장에 나온 차는 모두 문제가 있는 차다. 좋은 차라면 중고차 시장에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이론입니다.
회사도 동일하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좋은 회사인데 매각을 생각한다는 게 말이 될까? 결국 문제가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매각하려고 하는 게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매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오히려 반가운 일입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매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 논리를 탄탄하게 이야기하는 대표자에게 신뢰가 가는 게 현실입니다.
1. IPO가 현실적으로 더 어렵다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 회수 방안은 IPO, 제3자 매각, 또는 M&A를 통한 회수로 나뉩니다. (RCPS의 경우 상환청구 등을 통한 Exit도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게 IPO이고, 현실성과 괴리가 있습니다. 물론 투자자에게 IPO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대규모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국내에서도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을 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수익률을 안겨준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IPO를 경험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물론 국내 IPO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코넥스 시장의 성장세도 향후에는 IPO를 통한 Exit을 용이하게 할 겁니다.
벤처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IPO보다 매각을 통한 회수 비중이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매각'에는 제3자 매각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회사 자체의 매각이 포함돼 있는지는 나눠서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려는 바를 좀 더 구체화하면, '창업 당시의 대표자가 IPO까지 끌고 가는 것은 드물고 어렵다.'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때문에 확률적으로 '매각' 옵션도 비중 있게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매각을 회수 전략으로 정할 때 고려할 사항
매각을 Exit 조건으로 제시할 때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큰 틀에서는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 회사 상황에 대한 고려, 그리고 대표자 역량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겠습니다.
1)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
어느 시장 상황에서 매각을 하겠다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각 사업군은 사이클이 있습니다. 회사 사정과는 관계없이 시장 환경이 좋아져 회사의 가치가 올라갈 때가 있습니다. 호황기가 찾아온 때입니다. 이때에 매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유리합니다.
시장이 단순히 좋다는 개념보다는 시장이 성숙기에 도달했을 때 매각한다고 목표를 세우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표적으로 이커머스 사례가 있습니다. 이커머스의 경우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기에 도달했을 때 시장에서 활발한 인수합병이 이뤄진 바 있습니다.
2) 회사 상황에 대한 고려
시장 상황과 연결해서 어떤 Player에게 회사를 매각할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을 고려하는 것은 회사를 어떻게 성장시킬지를 고민하는 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상품을 ODM 제작하려는 바이어에 맞춰서 제조하는 것을 상상하면 됩니다. 시장에 있는 Player가 니치 마켓에 대한 확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그쪽으로 사업 방향을 설정해 사업을 키우고 매각을 타진하면 되겠습니다.
예를 들면, 라스트 마일 비즈니스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 T가 플랫폼 사업자로서 전체 운송 플랫폼 확장을 생각한다고 했을 때, 라스트 마일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카카오에 매각하는 전략을 세운다면 훌륭한 사업 방향성이 될 수 있습니다.
3) 대표자 역량에 대한 고려
궁극적으로 매각에 대한 숙고는 대표자 본인에게 중요합니다. 저는 매각 옵션을 고려한다는 것은 대표자 본인의 한계에 대해 인지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대표자는 본투비 기업가여서 직원 1명에서 만 명을 이끄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직원이 10명, 20명 50명 늘어날 때마다 대표자에게 새로운 역량이 요구됩니다.
본인이 가장 잘하는 영역이 직원 기준 1명에서 50명까지라고 한다면, 그 수준까지 본인이 대표이자 오너로서 성장을 시키고 그 이후 단계는 조직화에 뛰어난 타 기업에게 매각을 해서 2대 주주로 남아 3년 정도 스케일업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컨대, 대표자가 50% 이상의 경영 지분을 대기업에 매각을 하고, 10~20%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직원 50명에서 200명까지 성장시키는 과정을 경험해 보는 것도 개인 역량 발전에 큰 도움이 됩니다.
3. 매각은 모두에게 훌륭한 옵션
긴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핵심은 매각이 회사 - 창업자 - 투자자 모두에게 훌륭한 옵션이라는 겁니다.
특히나, 국내 기술 기업의 경우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IPO를 가는 것보다는 창업 후 5년 정도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그 기술 상용화 부분은 다른 기업에게 바통 터치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기술 창업의 경우 기술은 있으나 경영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첫 창업이라면 5년 동안 핵심 기술을 만들고 상용화 과정은 지분을 매각해 더 큰 기업에서 스케일업/조직화를 배워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창업자가 1차적으로 Exit 경험을 할 수 있고, 재정적 성취도 이루고, 경영 수업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옵션입니다. 실제로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도 동일한 과정을 거쳤고, 인수기업에서 보냈던 시간이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외식 매출로 1조 원가량 매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노우폭스의 김승호 회장도 출구전략의 첫 번째로 매각을 꼽았습니다.
"본인의 사업체가 현재 아주 잘되고 있어도 앞으로 몇 년 안에 존속 가능성이 없어지거나 경쟁자가 늘어날 것 같으면 매각을 하는 것이 첫 번째 출구전략이다. 보통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지금 사업이나 장사가 잘되고 있으면 매각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사업이 10년 혹은 30년 후에도 존재할 수 있다면 다른 문제지만 어떤 사업들은 아주 잘 돼도 1년 앞을 장담할 수 없다. 주식이 과열되면 팔고 나와야 하는 것처럼 이때는 사업체도 팔고 나와야 한다. 사업체를 팔 때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가장 잘 될 때 파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가 만든 사업체에 애착이 생겨버린다. "
사업을 해보신 분들은 모두 공감할 내용입니다. 사업은 하루 앞도 알 수 없습니다. 오히려 김승호 회장 이야기 대로 회사가 가장 잘 될 때 매각이라는 옵션을 선택하는 것도 회사 - 대표자 - 투자자 모두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4. 글을 마치며
투자 회수에 대해서 투자자 관점에서 적어봤습니다. 이 글은 투자자의 관점에서 적은 글이지만, 한편으로는 대표자 관점에서 사업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대표자로서 이 사업을 왜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필요합니다. Why에 대한 대답은 '돈'일 수도 있고, '미션 성취'일 수도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Exit은 '돈'에 대한 이야기로만 가득합니다. 투자 회수를 통해 어떤 대표가 돈을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가 뉴스에 도배되고는 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IPO의 본질은 시장에서 돈을 모집하는 Fund raising의 방법이지 대표자의 Exit이 아닙니다. 물론 IPO 때 대표자의 주식을 일부 매각해 재무 성과를 취득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IPO를 하고 난 후 대주주는 지분 매각을 할 때마다 공시를 해야 하고, 실질적으로 지분 매각에는 많은 제약이 뒤따릅니다.
사업을 하는 이유가 돈보다는 본인이 생각하는 미션을 성취하기 위함이라면 관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을 위해 IPO가 필요한 것일까? 이 사업의 현 단계에서 본인이 적임자일까? 회사를 위해 정말로 필요한 의사 결정은 무엇일까?
투자 회수는 단순히 투자자 입장에서의 회수만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대표자가 현재까지 투여한 시간과 열정, 책임감에 대한 회수 시점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 시간과 열정, 책임감을 잠시 내려놓고 타인에게 바통 터치를 해서 내가 원하는 미션을 바통을 이어받은 사람이 계속 달리도록 하는 게 매각입니다.
대표자는 매각을 결정하고 그동안의 지친 심신을 회복하고 다시금 뛸 준비가 됐을 때 그 미션을 이루기 위해 바통을 이어받아 다시 달리면 됩니다. 그게 가장 현명한 릴레이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스타트업 대표 이것 모르면 손해 - "당당하게 말하세요 매각한다고"
2023.04.09 | 조회수 991
달리오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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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진마루
BEST저는 정반대의 자료를 봤던 것 같은데 국내는 오히려 ipo 보다 m&a를 통한 회수가 훨씬 적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몇년간의 거품낀 밸류가 한몫을 했는데,
일단 국내에 적게는 몇백억원, 크게는 몇천억원 규모의 딜을 감당할만한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특히 인수대상의 대다수가 수익을 못내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그리고 vc와 여의도의 간극보다 더 큰 것이 vc와 대기업간의 간극입니다. 1천억원 밸류 기업에 20-30억원을 투자하는 vc는 어느정도의 불확실성에 대해 배팅해볼만 하다 생각하겠지만, 수백억원을 들여 경영권 지분을 사야하는 기업에게는 또 다른 얘기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fi들의 손이 덜 타 밸류의 부담이 덜한 곳, 혹은 아예 사업성이나 실적이 검증된 성숙기업들을 타겟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카카오라는 메기가 있었지만, 일단 인수 주체가 되어야할 국내 대다수 대기업들의 경영진들이 m&a 에 대한 인식 자체가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도 기인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본전은 가는데 굳이 직을 걸고 위험을 감수하여 m&a를 해야 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때문에 국내에서 그나마 m&a를 활발히 하는 곳은 오너 자체가 m&a를 사세 확장의 기회로 인식하여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거나 탑다운으로 딜을 내려주는 곳들 입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그렇지 못하기에 m&a 팀이라고 그럴싸한 이름만 달아놓고 검토만 주구장창 하다 정작 실행은 하지않는 경우가 허다 합니다.
끝으로, 인수 대상기업과 피인수 대상기업의 인더스트리 괴리감도 있습니다. 국내재계 상위 기업을 보면 m&a가 상대적으로 빈번히 발생하는 ict 분야의 기업들이라고 해봐야 네이버, 카카오 정도 입니다. 이처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인 반면 창업 분야는 ict 등에 집중되어 있어,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의 접점 역시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지 않나 싶습니다.(수정됨)
202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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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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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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