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러는 모든 만남과 인연에는 끝이 있다는 진리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는 ‘몇년만 버텨라’와 같은, 거짓말을 믿지 않습니다. 얼마나 버틸지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바로 성장이죠. 오늘은 간략하게 지금이 이직 시점인지 판단할 수 있는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해보려고 합니다. 이 모든 기준은 스타트업 경험을 기준으로 작성했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주니어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 이상의 경력을 가지신 분들은 다 아시는 얘기일 것 같네요.
첫째, 대표님은 나보다 나은 인간인가.
둘째, 존경하는 동료가 있는가.
셋째, 더 배울 일이 있는가.
첫째, 대표님은 나보다 나은 인간인가요?
모든 집단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지만, 특히나 스타트업의 경우, 대표가 곧 회사입니다. 대표가 잘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회사도 그 부분에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잘하게 되어있죠. 대표가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못하게 됩니다. 문서화를 못한다면 회사도 문서 시스템이 엉망일 겁니다. 디자인에 관심이 없다면 회사도 디자인을 못할 겁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젬병이라면 팀도 소통체계가 별로일 거에요. 잘 모르는데 중요한 것은 알고 있다면 공동창업자, C레벨, 중간관리자, 팀원 채용에 신경을 써서 재능이 적절히 배분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을 겁니다.
따라서 대표님이 나보다 더 나은 인간인지, 배울 점이 있는지, 이 비즈니스를 성공시킬만한 경험과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사실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첫 창업인 젊은 창업가의 경우에는 이를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기에 열정의 온도나 성장마인드셋, 성장 속도 등을 보아야 하겠죠. 더 경험이 많으신 분이라면 위에서 말한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겁니다.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떤 대표님, 어떤 회사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차라리 이것보단 내가 더 잘하겠다.’ 물론 한 회사의 리더를 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전 창업 경험은 없지만요. 따라서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난 사람도 이것저것 잘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 겁니다. 알아야 하는데 모르는 점이 있을 수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해당 영역이나 시장 도메인과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문제 정의가 틀렸을 수도 있고, 너무 똑똑해서 학습이 느린 사람일 수도 있고, 이유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눈에도 더 잘할 수 있는 부분들이 보이고, 이 창업가를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이 선다면,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자신의 판단을 믿어야 하겠죠.
둘째, 존경하는 동료가 있나요?
인재밀도는 중요하며, 꼭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회사와 팀에 존경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다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내 경험으로는 회사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분이 계신다면, 그분이 이 회사에 남아계신다는 점 만으로 신뢰할 수 있습니다. ‘와 내가 이런 사람과 함께 일해볼 수 있다니’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이 다수 계신 회사라면, 어려운 상황이어도 남아서 배우는 것도 좋겠죠.
신뢰할 수 있는 동료나 시니어가 있다면, 옆에서 관찰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해서 배움의 기회를 계속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사람은 그렇게 성장한 이유가 있습니다. 분명 성장 마인드셋을 비롯해 다양한 좋은 습관들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긍정적인 에너지도 갖췄다면 더더욱 좋죠. 그 사람의 소통 방식, 일하는 방식, 감각, 센스, 레퍼런스, 습관 등을 관찰하며 모방해보면 성장할 수 있을 것이고,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면 이직은 꼭 지금 하지 않아도 되겠죠.
셋째, 더 배울 일이 남아있나요?
대표님도 믿을 수 있고, 신뢰하고 존경하는 시니어가 있더라도, 일이 나와 맞아야 하겠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 기준은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일이 남아있는가’입니다. 여기서 ‘새롭게’는 같은 직무의 일을 더 고도화해서 배울 수 있는 기회, 아니면 연관된 업무나 프로젝트를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말합니다. 사실 완전히 동일한 직무에서 반복적인 업무만 하다보면, 빠르게 늘 수 있겠지만 성장의 동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커리어를 스페셜리스트로 정의했는지, 제네럴리스트로 보고 있는지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젊을수록 직무와 연관된 일들이라면 경험해봐서 손해볼 것은 없다고 봅니다. 연관되어 있는 직무를 경험하면 시야가 넓어지고, 더 성장하며 협업하며 소통할 수 있는 능력도 올라가게 되거든요. 다 해봤으니까요.
주니어인데, 믿을 사람 하나 없는 곳이지만 일만큼은 배울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포트폴리오 만든다고 생각하며 일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동시에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이력서 넣고 면접을 보는 것도 좋고, 네트워킹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폭넓게 성장러들을 만나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 제 경험상으로 기회라는 것은 내가 적극적으로 시도(세일즈)를 해서 만들기도 하지만, 미리 다양한 시도, 만남, 인연, 학습 등을 통해 폭넓게 발을 담구어 두어야 기회가 들어와도 도망가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단 버텨라’는 조언은 오히려 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직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 되기 전에, 일단 성장 마인드셋에 대해 배우고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일을 포함한 삶의 모든 것에는 가장 첫 단계에 고통이 있고, 고통과 저항을 계속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이 과정을 고문이나 버티기가 아니라 수련, 수행, 훈련, 수양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건강합니다. 훈련하며 조금씩 나아지는 나의 모습을 미래로 쭉 연결해 투사해보았을 때 몇개월 후, 몇년 후 이대로 성장한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면, 지금 방향도 나쁘지는 않은 거겠죠.
어떤 일이든 처음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된다면, 조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삶은 고통이니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부정적인 신념이나 마음속 불안감, 공포, 트라우마 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정적 신념은 모든 일을 더 어렵고 무섭게 만듭니다. 이 때는 신뢰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겁니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의 신뢰를 얻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초반에 기세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겠죠.
사실 이직 시점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더 간단할 수 있습니다.
지난 6개월간, 당신은 성장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여정 속에서 앞으로 6개월 후 당신의 모습이 기대되나요? 이 대답을 바꾸기 위해 지금 팀 안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나요? 거울을 들여다보고 이 질문을 던지면, 사실 1초만에 답이 나올 겁니다.
내면을 깊게 성찰하면, 사실 이미 자신은 답을 알고 있습니다. 두려워서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을 뿐이죠.
길을 잃고 고민하고 있는 주니어라면, 진지하게 고민하며 계속 성장한다면 언젠가 더 좋은 회사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얘기를 드리고 싶네요. 내가 쌓아온 경험이 도움이 되고,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일들이 있고, 공감하는 미션을 가진 회사를 계속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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