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회사를 5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업자를 내고 회사를 만들었지만 혼자서 일하다 보니 이게 마치 회사가 아니라 나를 키워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장이라기보다는 확장의 기분이었습니다. 확장하기 위해 나를 끊임없이 탐색하고 발견하고 확인하고 정의 내려야 했죠. 어쩌면 직장에서는 하지 못했던 진지한 자아탐구의 시간을 5년간 가졌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럼 5년 해보니 자아 탐구가 다 끝났을까요? 자아를 찾는 일은 평생 해야 한다고 하니 아직 절반 밖에 찾지 못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직장 생활을 했던 12년간 보다는 5년의 1인 회사에서의 시간이 나를 더 많이 그리고 깊게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직장 내에서는 그 안에서 비교되고 평가받는 일이 많았다면 1인 회사에서는 넓게는 사회 전체와 비교가 됐습니다. 조금 좁게는 회사가 속한 업계 내에서의 내 위치를 비교해보게 되고요. 그런 비교는 나의 명확한 한계를 마주하게 했습니다. 희미하게 보였던 나의 한계선이 딱 보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부터가 반전입니다. 그 한계선이 선명해지자 그 때부터 새로운 출발선이 보였습니다. 내 한계를 알게 되니 내가 앞으로 뭘 더 해봐야 하고 어떤 걸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한계를 보고 절망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새로운 희망이 생긴겁니다.
내가 못하는 것에 욕심을 내려놓고 내가 좀 더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더 짧은 시간과 힘으로도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걸 찾는 방향을 모색하게 됐습니다. 제 경우에는 디자인 직무로 처음 일을 시작을 했지만, 이것 저것 해보니 어떤 걸 기획하고 계획하고 생각을 구체화하는 게 더 쉽고 재밌더라구요. 어떤 사안을 빠르게 이해하고 파악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도 다른 디자이너들에 비해 강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말보다는 글로, 도형 등으로 시각화하는 것들을 남들보다 더 빠르고 잘할 수 있는 일이란 걸 5년의 시간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이런 뒤늦은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건 5년간 혼자 일을 하면서 겪어온 다양한 산업과 성격을 가진 브랜드들을 겪어 온 덕분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 경험들로 사고의 다양성의 폭도 넓어지고 깊어졌으니까요. 이 브랜드, 브랜딩이라는 영역의 거대한 세계를 혼자서 품고 소화해내기 위해 몸부림 치다보니 얻은 선물이기도 했습니다.
2023년 1월은 1인 회사를 운영한지 꼭 6년 차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매년 외부의 환경에 따라 내 경험과 사고의 폭에 따라 회사가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확장과 변화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끊임없는 변화가 버거울 때도 있지만 기대감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의 5년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제가 일인 회사 운영을 하며 5년간 나를 확장해간 경험을 수록한 책으로 만나보세요. 혼자 일하시는 분, 독립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분명 공감과 도움이 되실거라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