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커뮤니티 활동을 돌아보며 발굴한 인사이트 8개

2022.12.31 | 조회수 5,978
이재현
DMK GLOBAL Co., Ltd.
[진동 네트워크의 비밀을 찾는 여정] ‘앞으로는 하이테크가 아닌 대다수의 비즈니스 영역에서 기술적, 물리적 이점으로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효율화의 미션이 달성된 오늘 비즈니스의 미션은 인간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모든 영역에서 브랜딩, 디자인, 콘텐츠,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증대될 것이다.’ 제 생각의 출발점입니다. 심지어 하이테크를 다루는 사람도, 어떻게 인간에게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통찰이 없으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기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요. 콘텐츠와 커뮤니티에 깊은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과거 ‘교육’이라는 패러다임이 맡고 있었던 ‘인간을 성장시키는 미션’을 이제 콘텐츠와 커뮤니티가 물려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저의 미션은 ‘일하는 사람의 성장’이거든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만 집중한다면, 요새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온-오프라인 연계 커뮤니티 시장의 흐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시장의 몇 선두주자를 필두로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모이고, 놀고, 배우고, 이야기나누고, 헤어지는 방식이 개발되고 있어요.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는 가만히 앉아서 기사를 분석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직접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아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죠. 성장이란 것은 글 몇개 읽고 자동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브랜딩, 디자인, 공간, 소통의 톤앤매너,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세대간 차이, 젠더 감수성, 스타일 등, 콘텐츠와 커뮤니티의 변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폭넓은 형식지와 암묵지를 가져야 하는 분야가 너무나 많습니다. ‘한국에 있는 모든 커뮤니티 서비스를 써본다. 그 경험의 다양성과 톤앤매너를 몸으로 경험해 성장공식을 파악한다.’ 서비스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다 써볼수는 없었습니다. 참여자로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결국 내가 커뮤니티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훨씬 더 맞다고 생각해서 방향을 바꾸기도 했죠. 충분히 많이(10배의 법칙) 활동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활동하다보니 생각이 바뀌거나 나만의 ‘몸의 지식’을 끌어낸 부분들이 있긴 합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제가 현장에서 느낀 점들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1. 커뮤니티는 하나가 아니다 정말 다양한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구분법은 ‘커뮤니티의 가치제안’에 집중합니다. 즉 사람들이 왜 모였냐는 것이죠. 이 지점에 따라서 모임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상호작용 방식이 달라집니다. 취향 커뮤니티: 공유하는 관심사나 취향을 테마로 만난 모임. 목적 커뮤니티: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제안한 모임. 관계 커뮤니티: 기존 관계 네트워크에 기반한 모임. - 지나치게 목적만 추구하는 모임에서는, 관계 형성도 ‘계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더군요. - 취향이나 관계만 추구하는 모임에서는, 어떤 공동의 목적을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가 모이긴 쉽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 대다수의 사람들은 모임에 ‘수동적인 참여자’로 참여합니다. 다른 모임을 리드하는 사람도 동일합니다. 2. ‘맥락의 후광효과’는 강합니다. 커뮤니티에는 기획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페인 포인트를 건드려서, 어떤 매력적인 기획으로 사람을 모았느냐에 따라서 누가 참여하는지, 어떤 태도와 마음으로 찾아오는지, 실제로 어떻게 관계하고 어떤 말을 하는지가 모두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다른 모임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면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맥락의 후광’에 따라서 같은 사람과도 상당히 다른 상호작용을 하게 되더군요. 3. 공간이 왕입니다. 맥락과 깊게 연관된 것이 바로 ‘공간 경험’입니다. 폐쇄적인 공간인지, 개방적인 공간인지, 참여 인원은 몇명이나 되는지, 공간을 채우고 있는 에너지는 어떤 것인지, 음악을 틀었는지, 조명은 어떤지 등에 따라 상호작용이 달라집니다. 커뮤니티 경험을 브랜드화하고 싶다면, 기획과 공간을 브랜딩하면 된다는 말이 됩니다. 기획과 공간 경험이 일관적이라면, 브랜드 경험을 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 저는 많은 커뮤니티 스타트업/플랫폼이 사실은 ‘공간 대여 사업’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여러가지 면에서 스마트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간 경험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 공간을 얻어 고정비를 최대한 낮추는 것일테니까요. 4. 날것의 경험이 좋아요 지나치게 ‘비즈니스!’를 외치고 있는 모임에서는 깊게 연결되는 경험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놓고 비즈니스 네트워킹 모임보다는, 조금 더 편안하게 만나고 현업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합니다. 5.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프로필 인정투쟁’을 하고 있다. 유행하는 세대구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모임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일종의 ‘프로필 인정투쟁’을 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 해야돼! 인스타 계정 10개! 멋진 취미를 찾기 위해 쇼핑하며 다 다녀봐야돼! 이와 같은 감정의 본질에는 FOMO가 있고, FOMO의 저변에는 ‘나다움을 아직 찾지 못한 자의 불안함’이 있는 걸로 느껴집니다. 조금 더 경험이 많은, 나다움을 찾은 분들에게는 여유가 느껴졌거든요. MBTI와 같은 외부의 기표로 자신을 규정하고자하는 욕망도 아마 여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제 한국도 ‘나음’의 경쟁이 아니라 ‘다름’과 ‘다움’의 정체성 다변화 경쟁으로 옮아가는 추세인데, ‘프로필 인정투쟁’의 경쟁에는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더 멋진 프로필, 더 대단한 본업, 더 많은 사이드 프로젝트, 더 많은 사이드 수입, 더 많은 취미를 욕망하게 만드는 어떤 기제가 있는 것이고, 이건 아마 SNS 서비스가 가지는 ‘프로필적인 미디어성’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바꿀 수 없는 변수(대학, 직장)에 대해서는 굳이 얘기하거나 경쟁하지 않더라도, 이제는 ‘멋진 삶’을 프로필로 보여주기 위해서 미친듯이 경쟁한다고나 할까요.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을 열심히 하는 저에게도 이러한 ‘프로필 정체성’이 있을 것이고, 저는 비판적, 꼰대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아니에요. 재미있는 사회 현상으로 보여요. 재미있는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겠죠. ‘나다움을 찾은자’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성장속도가 빠른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구분해낼 수 있을까. 성장을 돕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개입과 자극이 필요한가. 6. 가장 기억에 남는 모임: 참여한 모임 뚜렷한 하나가 떠오르지는 않네요. 다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모임은 ‘말을 많이 한 모임’이라는 패턴이 있습니다. 이전에도 커뮤니티 경험의 척도를 단 하나만 꼽자면 ‘얼마나 말을 많이 했는가’가 될 것 같다고 쓴 적이 있어요.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서, 색다른 경험을 한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고, 좋은 경험으로 저장되는 것 같네요. 7. 가장 기억에 남는 모임: 기획한 모임 [우주명상]이라는 말도 안되는 모임을 기획해서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피상적인 이야기를 다 스킵하고 정말 인간 성장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평행우주의 나를 만나는 명상을 진행했죠. 공간 제공해주신 친구의 도움을 받아 우주 음악을 틀었었고요. 심리적 장벽과 방어막을 걷어내고 핵심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요. 사랑, 직업, 과거, 미래 등 가장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 서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가장 좋은 모임의 장르 중 하나는 ‘이방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생애 처음 해보는 신박한 경험’ 기획일지도 모릅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정말 지난 몇년간 안해본 속얘기까지 쫙 털어놓고, 처음 해보는데 뭔가 익숙한 기억에 남을만한 경험. 8. 진동의 네트워크 효과 커뮤니티 경험의 핵심은 지식이나 정보 전달이 아닌, ‘진동의 총량’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깊게 진동하고 공명하는 경험이 있어요.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용기를 마음 깊은 곳에 심어주는 기억. 게다가 그 진동 총량이 높고 나쁜 에너지가 없는 공간에서 함께하게 되면, 어떤 네트효과가 생겨난다고 생각해요. 선한 에너지로 연결된 사람들이 앞으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거나 삶의 중요한 파트너로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 높여준다고나 할까요. ‘진동의 네트워크 효과’라고 불러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이 비밀을 깨지는 못했습니다. 하나의 힌트는 발견했어요. ‘나와 주파수가 같은 사람들로 모임을 채워라’ 결이 안맞는 사람이 모이면 경험이 불쾌해지거나, 애매해집니다.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1시간 이상의 토크 볼륨이 나오는 분, 언젠가 함께 일해보며 깊게 관계하고 싶은 사람만 모으면 다른 수준의 경험이 나올 것이라는 것이 제 가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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