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살 남편이 스마트 농부가 되겠다며 말도 없이 퇴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로 자연인의 아내가 된 30대 후반 평범한 맞벌이 직장인1입니다.
여기 올라오는 글들 보며 남 일인 줄만 알았는데...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감명깊게 본 건지 저희 남편이 기어코 일을 저질렀네요. ㅎㅎ...
금요일이라 칼퇴를 하고 집에 왔는데 어쩐 일인지 남편이 먼저 집에 와있는 거예요. 내가 퇴근이 더 빠른데 뭐지? 반차 썼어? 했더니 너무나도 해맑은 표정으로 "자기야. 나 오늘 회사 그만뒀어!" 하는 겁니다.
엥? 나한테 상의 한마디 없이???? 미쳤어? 상의는 했어야지!!!!! 했더니 다 생각이 있다며, 귀농?을 하자는 거예요...
요지는 이렇습니다.
요즘 회사에 사람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도저히 못 다니겠다. (이건 백번 이해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알아보니, 요즘 청년 농부는 정부 지원도 엄청나게 해준다.
(본인 나이 41세... 청년 농부 기준은 알아봤는지?)
젊은 머리(본인 피셜)로 똑똑하게 스마트 팜을 하면 사람 스트레스 안 받고 돈도 먹고 살 만큼 벌 수 있다. 정부에서 집도 땅도 지원해준다 어쩌고...
...하... 농사는 커녕 시골에 살아본 적도 없는 사람이... 운동장이나 공원 아니고서는 흙을 밟아보기나 했을까...
뭐, 그래. 그렇다 치자. 그럼 농사는 지어봤어? 어떻게 할건데? 하고 물었죠.
그랬더니 오늘부터 실증 데이터 수집을 시작했다며 저를 베란다로 끌고 갔습니다.
베란다에는 가정용 LED 수경재배기가 놓여있더라고요. 무슨 우주선처럼 생긴 3단짜리 기계에 LED 불빛이 번쩍거리고 있더군요. 거기에 상추 모종 몇 개를 심어놓고는, 저더러 앱을 깔아보랍니다. 이게... 이게 자기가 말한 데이터 농업의 연습이랍니다. 대학교도 알아보겠대요. 농업대학교는 학비도 공짜라면서, 대학교 졸업하면 취업 연계까지 된다고?
이게 무슨 말인지... 우리 나이 마흔인데... 이미 그만 둔 회사 엎질러진 물이니 우선 생각 좀 해보자고 나와서 혼자 맥주 한 잔 중입니다.
대충 찾아보니까 실제로 농수산대학교는 학비가 공짜고, 취업 연계도 되긴 하네요. 귀농해서 농사 지을 시 국가 지원도 있고. 원채 사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인지라 오죽했으면 그랬겠나, 오히려 이게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장 대출 빚은 어쩌나 싶고, 애한테 드는 돈도 어쩌나 싶고, 귀농하면 애 학교는 또 어쩌나 싶고...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남들은 맹모삼천지교하는데 저는 남편 따라 시골에서 애를 키워야 하게 생겼으니... 다행히 제가 재택이 되어서 제 일에는 크게 지장이 없는데 나중에 이직을 하게 되면? 아니면 나는 애랑 같이 서울에 계속 있고 남편만 시골에? 이것도 말이 안되는데...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혹시 귀농하신 분들 계신가요? 아니면 주변에 귀농하신 분을 알고 계신 분들 계시면 현실을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