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낳기만 하면 모성애가 생기나요? 아이 안 갖기로 한 약속, 남편이 자꾸 말을 바꿉니다.
결혼 2년차, 정말 심각한 문제 때문에 결혼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되어 결혼 생활에 글을 씁니다.
저희는 연애 시절부터 '아이 없는 삶'에 대해 확고하게 합의했습니다. 각자의 커리어와 둘만의 자유로운 삶을 존중하기로요. 제가 행복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터라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그리고 잘 키울 자신도 없습니다. 남편도 당시에는 저와 함께하는 행복이면 충분하다며 적극적으로 동의했습니다. 여러 번 나온 이야기고, 그 결심이 너무나 확고해 보였기에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1년쯤 지나니 길 가다가 어린 아이들을 보면 귀엽다는 말을 꺼내기 시작하더군요. 저보고도 저 애들 귀엽지 않냐며 동의를 구하고요.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심해지더라구요. 친구 아들 돌잔치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친구가 애 낳고 더 행복해 보이더라며, 애 싫다 싫다 해도 애 낳으면 다 생각이 바뀐다더라며 운을 띄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우리는 딩크로 합의하지 않았냐고 선을 그으면 그냥 한 말이라며 말끝을 흐리더니 어제는 어쩐지 당당해져서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그건 연애때 생각이라며, 막상 낳으면 여자는 모성애라는 게 있어서 더 좋아할 거라며, 낳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이 말을 듣는데 온몸에 힘이 빠졌습니다. 이건 단순히 아이를 낳고 안 낳고의 문제가 아니라, 제 인생에 대한 제 결정권을 존중하지 않는 거고, 결혼의 가장 큰 전제였던 약속을 저버리는 거잖아요. 그 약속을 기반으로 미래를 그렸는데, 그 토대 자체가 무너지는 기분입니다. 딩크라는 약속이 없었다면 저는 이 결혼 절대 안 했을 거예요. 게다가 아기는 남편이 아니라 제가 낳는 건데요.
이렇게 중요한 약속도 쉽게 뒤집으려는 사람과 앞으로 인생의 다른 약속들을 어떻게 믿고 함께할 수 있을까요? 진심으로 고민중입니다. 물론 의견이 분분할 이야기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종합해서 생각을 좀 정리해보고 싶어 글을 올려봅니다. 남편과는 주말에 진지하게 이야기해볼 예정입니다.